대만해협의 ‘지옥도(Hellscape)’가 완성된다

[Thinkers Note] 대만해협의 ‘지옥도(Hellscape)’가 완성된다
: 20만 대의 ‘방패’ vs 무인기 항모라는 ‘창’

작성자: 국제외교팀 에디터
작성일: 2026년 1월 20일


1. 들어가며: 20만 대라는 숫자의 공포

2026년 1월 19일, 대만 국방부가 공개한 군사특별예산안은 전 세계 군사 전문가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핵심은 ‘무인기 20만 대, 무인정 1천 척’의 도입이다.

이 숫자가 얼마나 압도적인지 감이 오는가?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분석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의 가장 치열했던 시기에도 우크라이나군이 한 달에 소모하는 드론은 약 1만 대 수준이었다. 20만대는 실로 엄청난 숫자다.
(출처: RUSI, Meatgrinder: Russian Tactics in the Second Year of Its Invasion of Ukraine)

대만은 이 막대한 소모전을 20개월 이상 지속할 수 있는, 혹은 단 한 번의 개전(D-Day)에 쏟아부을 수 있는 물량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이 숫자는 단순한 ‘쇼핑 리스트’가 아니다. 이것은 미국이 설계하고 대만이 실행하는 ‘지옥도(Hellscape) 전략’의 선전포고다. 오늘 포스팅에서는 이 거대한 드론 장벽이 대만해협의 전술적 균형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 그리고 이에 맞서는 중국의 괴물 같은 진화를 심층 분석한다.


2. 전략의 탄생: ‘지옥도(Hellscape)’와 ‘레플리케이터(Replicator)’

대만이 갑자기 드론 20만 대를 사겠다고 나선 배경에는 미국의 치밀한 전략적 설계가 있다.

독자를 위해 두 가지 핵심 개념을 먼저 짚고 넘어가겠다.

① 지옥도(Hellscape) 전략이란?

이 용어는 새뮤얼 파파로(Samuel Paparo) 미 인도태평양사령관의 입에서 처음 나왔다. 개념은 단순하지만 섬뜩하다. 중국 함대가 대만해협을 건너오려 할 때, 수천 개의 무인기(공중)와 무인정(해상), 무인 잠수정(수중)을 동시에 풀어 해협 전체를 ‘무인 지옥(Hellscape)’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 목표: 중국군을 전멸시키는 것이 아니다. 그들을 혼란에 빠뜨려 상륙 시간을 지연시키고, 미국과 동맹국이 개입할 ‘골든타임’을 확보(Buy Time)하는 것이 핵심이다.

② 레플리케이터(Replicator) 구상이란?

‘지옥도’를 만들기 위한 미 국방부의 기술적 이니셔티브다. 중국의 강점인 ‘막대한 물량(Mass)’을 미국의 강점인 ‘첨단 자율 무기’로 상쇄하겠다는 계획이다.

  • 개념: “적의 미사일보다 더 싸고, 더 많고, 더 빨리 생산 가능한” 소모성 자율 무기 체계(Attritable Autonomous Systems)를 수천 단위로 복제(Replicate)하여 배치하는 것이다. 대만의 이번 예산안은 바로 이 미국의 레플리케이터 구상을 대만군에 이식하는 과정이다.

“The initiative aims to create a ‘hellscape’ of uncrewed systems in the Taiwan Strait to slow down a PLA invasion fleet, buy time for the U.S. and coalition forces to intervene.”
(Belfer Center, The Autonomous Arsenal in Defense of Taiwan, 2025, p. 24)


3. 대만의 딜레마와 선택: 비대칭(Asymmetric)으로의 전환

대만은 왜 비싼 전투기 대신 ‘소모품’을 택했을까? 존 닷슨(John Dotson)의 연구에 따르면, 대만 내부에서는 오랫동안 ‘전통적 방어(F-16V 등 고가 장비)’와 ‘비대칭 방어(드론, 기뢰 등 저가 장비)’ 사이의 치열한 논쟁이 있었다.

  • 구세력(Old Guard) vs 신세력: 군 수뇌부 일부는 여전히 전투기와 전차 같은 상징적인 무기를 선호했다. 하지만 중국의 국방비가 대만의 10배를 넘어서고, 중국 미사일이 대만의 활주로를 개전 초기에 초토화할 능력을 갖추면서 ‘전통적 방어’는 한계에 봉착했다.
  • 새로운 합의: 결국 대만은 살아남기 위해 ‘비대칭 전력(Asymmetric Capabilities)’으로의 전환을 확정 지었다. 작고, 치명적이며, 이동 가능한 무기 체계를 대량으로 운용하는 것이다. 20만 대의 드론은 “우리는 이제 너희와 정면승부를 하지 않겠다. 대신 너희가 들어오는 길을 늪으로 만들겠다”는 선언이다.

“As a result, Taiwan needs to adopt an asymmetric posture… employing large numbers of small, lethal, and mobile weapons systems that are difficult to target.”
(John Dotson, Taiwan’s Defense Policies in Evolution, Journal of Indo-Pacific Affairs, Spring 2025, p. 30)


4. 중국의 창: 단순한 ‘양’이 아닌 ‘질’의 진화

대만이 ‘드론 장벽’을 세운다면, 중국은 그 장벽을 뚫을 창을 갈고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중국 무인기 전력이 단순히 ‘많아진’ 것이 아니라, ‘공격형 시스템’으로 질적 진화를 마쳤다는 점이다. 대만 국방안전연구원(INDSR) 보고서와 학술 논문은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① 공격-2(Gongji-2)와 전술 패러다임의 변화

대만 공군 소령 선보쥔(沈柏均)의 논문에 따르면, 중국의 GJ-2(공격-2) 무인기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전술적 혁명을 의미한다.

  • 과거 (OODA 루프의 지연): 드론이 적을 발견한다(정찰) → 영상을 본부로 보낸다 → 지휘관이 공격을 결심한다 → 별도의 미사일 부대나 전투기가 출격한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사이 표적은 사라진다.)
  • 현재 (정찰-타격 일체화, Reconnaissance-Strike Integration): GJ-2는 고성능 센서와 미사일을 동시에 싣고 20시간 이상 체공한다. 적을 발견하는 즉시 그 자리에서 타격(Sensor to Shooter)한다. 이는 대만군의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나 레이더를 실시간으로 사냥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심지어 수십 대가 동시에 덤비는 ‘포화 공격(Saturation Attack)’으로 대만 방공망을 고갈시킨다.

“無人機的角色已從單純偵察,進化為能執行精準打擊的「偵攻一體」平臺… 採取「飽和攻擊」戰術,以消耗我國的防空資源。”
(沈柏均·王炳昌, 共軍偵攻一體無人機之研究, 空軍學術雙月刊, 2025, p. 29)

② 드론 항모와 ‘이종 벌집(Heterogeneous Hive)’

중국은 076형 강습상륙함과 주톈(九天) 공중 항모를 통해 드론을 쏟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 C형 협동전투기(CCA)와 “로열윙맨”: 쉽게 말해 유인 전투기의 ‘보디가드 드론’이다. J-20 스텔스기가 지휘하면, 무인기가 대신 위험한 지역에 들어가 미사일을 쏘고 산화한다.
  • 이종 벌집(Heterogeneous Hive): 2024년 주하이 에어쇼에서 공개된 개념이다. 하나의 모함에서 정찰 드론, 자폭 드론, 전자전 드론 등 서로 다른 기능의 드론들이 벌떼처럼 섞여 나와 유기적으로 협동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단일 기종 드론 공격보다 막아내기가 훨씬 까다롭다.

5. 보이지 않는 전쟁: 엣지 AI와 통신망

20만 대의 드론과 중국의 드론 항모가 붙으면 누가 이길까? 승패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AI & Network)에서 갈린다.

① 통신 차단의 공포

중국은 개전 즉시 대만해협의 전파를 차단(Jamming)할 것이다. 지상의 조종수와 드론 사이의 연결이 끊기면, 일반적인 드론은 고철 덩어리가 되어 추락한다.

② 해법은 ‘엣지 AI (Edge AI)’

그래서 필요한 것이 엣지 AI다.

  • 개념: AI의 두뇌(연산 장치)를 클라우드 서버나 지상 통제소에 두는 것이 아니라, 드론 기체 자체(Edge)에 탑재하는 기술이다.
  • 효과: 통신이 끊겨도 드론이 스스로 카메라와 센서로 상황을 인지한다. “이것은 적의 함정이다”, “지금 공격해야 한다”는 판단을 인간의 승인 없이 스스로 내리고 타격한다. 벨퍼 센터는 미 국방부가 이 기술을 확보해야만 ‘지옥도’가 성공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The DoD must ensure that these autonomous systems can operate effectively in a communications-denied environment.”
(Belfer Center, The Autonomous Arsenal in Defense of Taiwan, 2025, p. 4)


6. 결론: 공급망의 지정학, 한국의 좌표

대만 국방부가 이번 예산안에서 ‘비(非) 중국계 공급망(Non-Red Supply Chain) 강화’를 천명한 것은 한국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왜 ‘비중국’이어야만 할까?

  • DJI의 역설: DJI(다장 이노베이션)는 중국 선전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의 상업용 드론 기업이다. 전 세계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뛰어난 성능과 저렴한 가격이 장점이지만, ‘백도어(Backdoor)’를 통해 비행 데이터와 영상 정보가 중국 정부로 넘어갈 수 있다는 보안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 대만의 선택: 대만은 중국군을 막을 드론을 만드는데, 적국인 중국의 부품(모터, 배터리, 통신 모듈)을 쓸 수는 없다. 전시에는 부품 공급이 끊길 것이고, 평시에는 정보가 샌다.

따라서 대만은 반드시 미국과 그 동맹국으로부터 부품을 조달해야 한다. 이는 한국의 방산 및 IT 기업들에게 거대한 기회의 창이다. 배터리, 통신 칩, 광학 센서 등에서 ‘탈중국 밸류체인’을 구축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한 대안일 수 있다.

대만의 20만 대 드론 프로젝트는 단순한 무기 구매가 아니라, 아시아의 군사 기술 표준이 재편되는 과정이다. 우리는 이 거대한 ‘무인기 공급망’의 핵심 파트너가 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관련 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