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 총구 앞의 악수

[Thinkers Note] 총구 앞의 악수: 아부다비 3자 협상의 이면과 ‘영토 할양’의 청구서

작성자: 국제외교팀 에디터
작성일: 2026년 1월 27일

1. 들어가며: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장 밖은 여전히 불타고 있다

2026년 1월 말, 전 세계의 시선이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쏠려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중재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마주 앉은 역사적인 ‘종전 3자 협상’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지난 1월 23일과 24일, 양측 군 고위급 대표단은 이틀간의 마라톤협상을 벌였으나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오는 2월 1일 3차 회담을 기약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평화’라는 단어가 무색하게도 포성은 멈추지 않았다. 협상이 진행되던 주말, 러시아는 무려 396대의 드론과 미사일을 쏟아부으며 우크라이나 전역을 타격했다. 기온이 영하 14도까지 떨어진 최악의 혹한 속에 키이우와 하르키우의 전력망이 붕괴되었다. 협상 테이블에서는 악수를, 전장에서는 미사일을 날리는 전형적인 ‘화전양면(和戰兩面)’ 전술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오늘 리포트에서는 아부다비 회담의 쟁점과 각국의 동상이몽, 그리고 전쟁의 향방을 가를 변수들을 심층 분석한다.


2. 전황 분석: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피의 질주’

통상 휴전 협상이 시작되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전투가 더 치열해진다. 현재 러시아는 압도적인 화력으로 협상 카드(Leverage)를 확보하려 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는 생존을 위한 처절한 방어전을 치르고 있다.

러시아: “우리는 계속 전진한다”

러시아는 협상 기간 중 군 수뇌부가 직접 전선을 챙기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러시아 국방부는 1월 27일,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이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을 직접 시찰했다고 밝혔다. 협상 도중 군 최고 사령관이 최전선을 방문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데, 이는 내부 군 기강을 잡는 동시에 대외적으로는 “전황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과시하기 위함이다.

이 자리에서 게라시모프는 “모든 전선에서 공세를 계속하고 있다”며 “2026년 들어서만 17개 마을, 500㎢ 영토를 추가 장악했다”고 선전했다. 이는 미국과 우크라이나를 향해 “전황은 이미 기울었으니, 너희는 현실(영토 상실)을 인정하고 도장을 찍으라”는 강력한 무언의 압박이다.

중국-러시아 밀착: “보급선은 끊기지 않는다”

동시에 러시아는 중국과의 밀착을 과시하며 장기전 능력을 입증했다. 1월 27일, 중국 둥쥔(Dong Jun) 국방부장은 러시아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장관과의 화상 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도출한 합의를 이행하고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아부다비 협상이 진행되는 민감한 시기에 이루어진 이 통화는, 서방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군수 지원 라인이 건재하며 중국이라는 거대한 뒷배가 버티고 있음을 서방 측에 상기시키는 고도의 심리전이다.

우크라이나: “혹한 속의 붕괴 위기”

반면 우크라이나의 상황은 절망적이다. 러시아의 집중 포격으로 제2 도시 하르키우의 80%가 정전되었고, 수도 키이우에서도 6,000여 채 건물의 난방이 끊겼다. 영하 14도의 추위 속에 산부인과 병원과 피란민 숙소까지 타격받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목표는 에너지 인프라”라고 규탄하며 서방의 지원을 호소했지만, 민간인들의 ‘국가적 피로도(National Fatigue)’는 이미 임계점을 넘었다. 전방의 병력 손실보다, 후방에서 얼어 죽어가는 국민들을 지켜보는 것이 지도자에게는 더 큰 고통이다. 이것이 젤렌스키가 굴욕적인 조건 속에서도 협상장을 떠나지 못하는 결정적 이유다.


3. 3자(미·러·우)의 동상이몽과 핵심 쟁점

아부다비 회담의 분위기는 겉으로는 “건설적이었다”고 포장되었지만, 물밑에서는 ‘영토’‘안보’를 둘러싼 치열한 멱살잡이가 오가고 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중재자인 미국의 태도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돈바스 지역을 러시아에 양보하라”고 종용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025년 8월 알래스카 회담에서 푸틴과 논의된 ‘앵커리지 포뮬러(Anchorage Formula)’를 밀어붙이고 있다.

※ 앵커리지 포뮬러란? 트럼프와 푸틴이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만나 논의한 종전 구상으로, “러시아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와 크림반도의 통제권을 갖는 대신 전쟁을 멈춘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사실상 우크라이나의 항복에 가까운 조건이다.

[표 1] 아부다비 3자 협상국별 핵심 목표 및 전략

국가핵심 목표 (Intention)협상 전략 및 입장
미국
(트럼프 행정부)
“즉각적인 종전과 비용 절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고
중국 견제에 집중하길 원함.
압박(Pressure): 젤렌스키에게 ‘영토 포기(돈바스 할양)’를 종용하며, 이를 거부할 경우 지원을 중단할 수 있음을 시사. ‘앵커리지 포뮬러’를 기반으로 한 신속한 거래(Deal)를 추구.
러시아
(푸틴 정권)
“완전한 점령과 서방 축출”
돈바스 전체 장악 및
우크라이나의 중립화.
굳히기(Consolidation): 현재 점령지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군이 통제 중인 돈바스 잔여 지역의 철수까지 요구. 우크라이나 내 서방 군대 주둔이나 나토 가입은 “절대 불가”라며 레드라인 설정.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정부)
“영토 수호와 생존 보장”
현재 전선에서의 동결(Freeze)
및 확실한 안보 보장.
버티기(Survival): 영토 할양은 불가하다는 입장이지만, 에너지망 붕괴와 미국의 압박 속에 고립무원 상태. ‘미국의 감시와 감독’ 하에 종전 절차가 진행되어야 한다며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요구 중.

4. ‘가스관’의 역설과 유럽의 균열

협상에서 러시아가 이토록 고자세를 유지할 수 있는 배경에는 ‘경제적 자신감’‘유럽의 분열’이 있다.

첫째, 제재의 무력화다.

서방은 대러 제재로 러시아를 고사시키려 했지만 실패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1월 27일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러시아의 대유럽 가스 수출은 25% 급감했으나,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로의 수출은 30% 급증했다. 중국으로 가는 ‘시베리아의 힘’ 가스관 물량도 25% 늘었다. 서방이 막은 구멍을 아시아가 메꿔주며 러시아 경제는 버티기에 성공했고, 푸틴은 “돈줄은 마르지 않았다”는 자신감으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

둘째, 유럽 단일대오의 붕괴다.

EU가 2027년까지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전면 금지하기로 합의했지만, 내부 파열음이 터져 나왔다. 슬로바키아 로베르트 피초(Robert Fico) 총리는 이에 반발해 EU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헝가리 역시 러시아 가스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하다며 반기를 들었다. 트럼프의 압박과 내부 분열 속에 ‘반러 연대’는 삐걱거리고 있다.

한편, 독일군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경고했다.

협상이 실패할 경우의 후폭풍도 감지된다. 독일군 지원사령관 제럴드 펑크(Gerald Funke) 중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2~3년 내에 나토를 공격할 수 있다”며 하이브리드 전쟁과 사보타주에 대비해 병력을 준비시키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이번 3자 협상이 실패할 경우, 전장이 우크라이나를 넘어 유럽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는 서유럽의 공포를 반영한다.


5. 전망: 2월 1일, 운명의 날이 온다

오는 2월 1일 아부다비에서 재개될 3차 회담은 우크라이나의 운명, 나아가 세계 안보 지형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다.

첫째, 미국의 ‘영토 할양’ 압박은 최후통첩 단계로 갈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에너지망이 붕괴된 우크라이나의 현실을 지렛대 삼아 젤렌스키에게 도장을 찍으라고 강요할 가능성이 높다. 앵커리지 포뮬러(돈바스 포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 젤렌스키가 끝까지 버틸 경우, 미국은 ‘지원 중단’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 것이다.

둘째, ‘불완전한 평화’의 위험성이다. 설령 휴전이 성립되더라도 러시아는 이를 ‘전열 정비의 시간’으로 활용할 것이다. 독일군이 경고했듯, 푸틴의 야욕은 돈바스에서 멈추지 않을 수 있다.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 대신 얻어낼 ‘미국의 보안 감시’가 과연 러시아의 재침공을 막을 실효적 수단이 될지는 미지수다.

결국, 2026년의 우크라이나는 강대국의 냉혹한 거래(Big Deal)에 의해 국경선이 다시 그려지는 비운을 맞이하고 있다. 젤렌스키는 “미국과 유럽은 침묵하지 말라”고 절규했지만, 아부다비의 협상 테이블 위에는 영하 14도의 추위보다 더 차가운 계산기만이 놓여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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