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작심 발언, 그 행간을 읽다

[Thinkers Note]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해명과 여전히 남겨진 물음표

작성자: 경제금융팀 에디터
작성일: 2026년 1월 15일


1. 이 글을 검토한 배경

지난 포스팅에서 저는 1,480원을 위협하는 원화 약세의 원인으로 ‘과도한 유동성(M2)’과 ‘구조적 자본 이탈’을 지목했다. 시장에는 여전히 원화가 너무 많이 풀려 있고, 이것이 화폐 가치를 희석시키고 있다는 진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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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인터뷰를 통해 매우 이례적인 강도로 반박에 나섰다. “가슴 아프고 화도 난다”는 그의 표현에서 당국의 답답함이 느껴진다. 총재는 시중의 유동성 과잉론을 일축하며, 환율 상승의 원인을 통화 정책이 아닌 ‘수급 구조의 변화’에서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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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책임자의 발언은 그 자체로 시장의 가이드라인이 된다. 하지만 우리는 그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당국이 제시한 논리의 뼈대를 해체해 볼 필요가 있다. 그 논리가 설명하지 못하는 시장의 빈틈에 진짜 위기가 숨어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2. 총재의 반론 정리 및 집중 분석

이창용 총재의 인터뷰는 방어적이면서도, 통화 당국이 처한 현실적인 딜레마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그의 핵심 논리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① 격앙된 반박: “미국과의 단순 비교는 통계의 함정이다”

총재는 한국의 M2(광의 통화) 비율이 미국보다 높다는 지적에 대해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미리 준비해왔다. 최근에 가장 가슴 아프고 화도 나기도 하고 하는데, 어떻게 이런 얘기를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할 수 있나. (중략) GDP 규모 대비 M2 비율이 우리나라가 미국의 두 배 정도 돼 유동성이 크다고도 하는데, 저는 국가별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그 비율이 높아서 유동성이 높다는 이론을 알지 못한다.”

[핵심 논리] 미국은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역사상 유례없는 긴축(QT)을 단행해 통화량을 인위적으로 줄였다. 미국의 분모가 비정상적으로 작아진 것이지, 한국이 방만하게 돈을 푼 게 아니라는 항변이다. 즉, 기저효과를 무시한 단순 비교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② 속도의 방어: “수도꼭지는 잠갔다, 흐름은 정상이다”

한은은 ‘돈의 총량’이 아닌 ‘증가 속도’를 봐달라고 주문한다.

“한은 총재로 취임한 이후 3년간 가장 신경 쓴 건 가계부채 문제고 이를 줄여야 한다고 계속 주장해왔다. 그 결과 M2 증가율이나 수준은 이전에 비해서 늘지 않았다. 한은이 돈을 풀어서 환율이 올랐다는 주장이 너무 많아져서 당황스럽고, 사실이 아니다.”

[핵심 논리] 과거처럼 유동성을 무차별 공급하는 단계는 지났으며, 현재의 증가세는 경제 성장에 따른 자연스러운 관리 범위 내에 있다는 것인데, 즉, 지금의 환율 급등은 ‘돈 풀기’의 결과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③ 진짜 범인의 지목: 해외직접투자라는 이름의 구조적 변화

그렇다면 환율은 왜 오르는가? 총재는 펀더멘털이나 금리차가 아닌 ‘수급의 구조적 변화’를 지목했다.

“내국인 해외 투자가 주식으로 나가는 문제가 더 있기 때문에 이자율보다는 오히려 주식 쪽 성장률, 아니면 인공지능(AI) 주식 관련된 요인이 환율 수급을 결정하는 부분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중략) 문제는 달러가 있는데 환율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해 현물 시장에서 팔지 않고 대차 시장에서 빌려주려고만 한다.”

[핵심 논리] 과거엔 수출로 번 달러가 시장에 풀렸지만, 지금은 개인이든 기업이든 달러를 쥐면 해외 주식을 사거나(예컨대, 서학개미), 환율 상승을 기대해 꽉 쥐고 안 파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물론, 이창용 총재는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이번 인터뷰에서 ‘서학개미’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습니다.)


3. Thinker’s Note의 재해석

이창용 총재의 반론은 데이터에 기반하고 있으며 논리적으로 타당해보인다. 하지만 “그래서 앞으로 괜찮은가?”라고 묻는다면, 여전히 물음표가 남는다. 총재의 논리적 방어막 뒤에 숨겨진 세 가지 ‘불편한 진실’을 독자 여러분의 눈높이에서 다시 해석해본다.

수도꼭지는 잠갔지만, 욕조 물은 이미 찰랑거린다 (Flow vs. Stock의 딜레마)

총재는 “돈이 늘어나는 속도가 줄었다”고 강조했다. 흐름이 줄었다는 그의 말은 맞는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시장이 공포를 느끼는 건 ‘이미 풀려있는 돈의 절대량, 즉 Stock’이다.

쉽게 비유하자면, 욕조에 물이 넘치기 직전(GDP 대비 M2 153.8%)이다. 수도꼭지를 조금 잠가서 물이 차오르는 속도는 늦췄을지 몰라도, 욕조에는 여전히 물이 가득 차 있다. 반면 미국은 배수구를 열어 물을 퍼내는 양적 긴축을했다.

위기가 오면 사람들은 ‘속도’를 보지 않는다. 내 주머니에 있는 원화가 휴지 조각이 되기 전에 달러로 바꾸려 한다. 시중에 이미 깔려있는 4,000조 원에 육박하는 유동성은 언제든 환율을 밀어 올릴 수 있는‘잠재적 연료’다. 총재의 해명은 “더 붓지는 않고 있다”는 것이지, “물이 많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서학개미’는 원인이 아니라, ‘탈출’의 결과다 (투자 다변화인가, 자본 도피인가?)

총재는 환율 상승의 주범으로 ‘내국인의 해외 주식 투자’를 지목했다. 하나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서학개미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246.5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수(35.5억 달러)의 7배에 달한다 (하나은행 ‘2026 외환시장 전망’ 보고서, 2025.11.15. ).

우리는 여기서 “왜?”를 물어야 한다.

왜 국민들은 환전 수수료와 환율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한국을 떠날까?

총재는 이를 ‘AI 투자 열풍’이나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설명했지만, 냉정하게 보면 이는 ‘한국 시장에 대한 불신임 투표’다. “한국 자산(부동산, 주식)은 더 이상 매력적인 수익을 주지 못한다”는 판단이 섰기에 자본이 합리적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이를 단순한 수급 문제로 치부한다면, 정부는 영원히 해법을 찾지 못할 것이다. 이는 투자가 아니라 탈출이라는 ‘엑소더스’의 시작일 수 있다.

“금리 200bp 인상해야 잡힌다” = “사실상 포기했다”

이번 인터뷰에서 가장 솔직하고도 충격적인 발언은 바로 금리 정책에 대한 고백이었다.

“환율을 금리로 잡으려면 한 200bp(2%포인트) 이상 올려야 하고 그때는 수많은 사람이 고통받을 수 있다.”

이 말은 역설적으로 “한국은행은 금리로 환율을 방어할 능력을 상실했다”는 것을 시인한 셈이다. 2.5%인 금리를 4.5%로 올릴 수 없다는 것을 시장도 알고, 한은도 안다. 정책 수단이 없다는 것을 들킨 상황에서 환율의 상단은 열릴 수밖에 없다.

총재가 언급한 ‘달러 사재기(Hoarding)’ 현상도 여기서 기인한다. 시장 참여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금리를 못 올릴 것을 알기에, 달러를 팔지 않고 쥐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창용 총재의 발언은 현재의 고환율이 일시적 현상이 아님을 확인시켜 주었다. 1,400원대는 이제 위기 단계가 아니라, 한국 경제가 감당해야 할 새로운 표준(New Normal)이 되었다. 하나은행 보고서가 2026년 환율 시나리오의 기본 밴드를 1,380원~1,470원으로 높게 잡은 것 또한 이러한 구조적 변화를 반영한다 (하나은행 ‘2026 외환시장 전망’ 보고서, 2025.11.15. ).

우리는 이제 ‘환율이 언제 떨어질까’를 기대하기보다, ‘원화의 가치가 구조적으로 레벨 다운(Level-down)된 시대’

내 자산을 어떻게 지킬지를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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