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이란 시위 리포트 (Ⅱ): 트럼프의 함대와 하메네이의 ‘그림자 전쟁’

치킨게임: 트럼프의 4가지 옵션과 하메네이의 ‘그림자 전쟁’

작성자: 국제외교팀 에디터  |  작성일: 2026년 1월 25일

1. 개요

이란 시위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워싱턴과 테헤란 사이의 긴장은 임계점을 넘어섰다. 겉으로는 이란이 ‘사형 집행 중단’을 선언하며 일시적인 소강상태처럼 보이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훨씬 더 위험하고 복잡한 수 싸움이 진행 중이다.

1월 22일,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포럼 귀국길에서 “대형 함대가 이란 쪽으로 이동 중이다. 우리는 그들을 매우 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단순한 엄포가 아니다. 미군은 이란의 목을 겨누는 물리적 포위망을 완성했고, 재무부는 이란 정권의 생명줄인 ‘이라크 금융망’과 ‘석유 밀수 선단’을 정조준해 자금줄을 끊기 시작했다. 본 보고서는 단순한 군사 대치를 넘어, 양국이 쥐고 있는 구체적인 타격 옵션과 그에 따른 치명적인 딜레마를 심층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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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내부 시위와 인권 유린 실태는 아래 1편에서 상세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2026 이란 시위 리포트 (I): 내부 통제력 및 인권 유린 실태 평가 →


2. 미국의 전략 (I): ‘최대 압박 2.0’의 군사적 실체

가. 장전된 총: 항모전단과 F-15E의 전략적 배치

미군은 실질적인 타격 준비를 마쳤다. 미 해군 5함대 작전 구역에는 USS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타격단이 진입했다. 링컨호는 최신형 스텔스 전투기 F-35C와 전천후 공격기 F/A-18 슈퍼호넷을 탑재하고 있으며, 호위하는 이지스 구축함 3척은 이란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방어망을 제공한다. 이는 단순한 무력시위가 아니라, 언제든 이란 내륙 깊숙한 곳을 타격할 수 있는 ‘이동식 공군기지’가 이란 앞마당에 도착했음을 의미한다.

더 위협적인 것은 공군 전력이다. 1월 18일, 요르단 기지에는 미 공군의 F-15E 스트라이크 이글 편대가 전개를 완료했다. 요르단에서 테헤란까지의 직선거리는 약 1,500km 안팎이다. F-15E는 공중급유 없이도 전투행동반경이 넓어 이란 서부의 주요 시설을 타격하고 복귀할 수 있으며, 특히 지하 깊숙이 숨겨진 핵 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벙커버스터(GBU-28)’ 운용에 특화된 전력이다.

나. 트럼프의 책상 위: 4가지 타격 시나리오

그렇다면 미국은 실제로 무엇을 때릴 수 있는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이란 국장을 역임한 네이트 스완슨(Nate Swanson)의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다음 4가지 옵션을 저울질하고 있다.

  • ① 상징적 타격 (Symbolic Strikes)
    핵 시설이나 미사일 기지를 제한적으로 타격하는 전통적인 방식이다. 이는 시위대에게 직접적인 도움은 되지 않지만, 트럼프가 그은 ‘레드라인’을 지켰다는 명분을 챙기고 상황 악화를 막을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선택지다.
  • ② 보안 조직 정밀 타격 (Security Apparatus)
    시위 진압을 주도하는 혁명수비대(IRGC)바시지(Basij) 민병대의 지휘 통제소를 타격하는 것이다. 시위대에게 ‘복수’의 카타르시스를 줄 수 있으나, 100만 명이 넘는 이란 보안 조직을 와해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 ③ 경제 동맥 절단 (Economic Targets)
    가장 치명적인 옵션이다. 이란 원유 수출의 90%가 통과하는 ‘카그 섬(Kharg Island)’ 오일 터미널을 폭격하는 것이다. 이는 빈사 상태인 이란 경제를 즉사시킬 수 있지만, 국제 유가폭등을 초래할 수 있어 실행 부담이 매우 크다.
  • ④ 참수 작전 (The Supreme Leader)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를 제거하는 시나리오다. 이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으나, 후계 구도가 불명확한 상태에서 예측 불가능한 권력 공백과 내전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 미 행정부를 주저하게 만든다.

🔗 관련 글: Atlantic Council (Nate Swanson) →


3. 미국의 전략 (II): ‘돈줄’을 끊는 그림자 전쟁

미사일 버튼을 누르는 대신, 미국은 더 잔혹한 ‘경제적 교살 작전’을 선제적으로 개시했다. 이는 물리적 충돌 없이 이란 정권의 체력을 고갈시키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 그림자 선단(Shadow Fleet) 격침 (1.23)

미 재무부는 이란산 원유를 몰래 실어 나르며 제재를 회피해 온 선박 9척과 기업 8곳을 전격 제재했다. 이란은 공식 수출길이 막힌 후, GPS를 끄고 운항하는 ‘그림자 선단’을 통해 하루 약 150만 배럴의 원유를 팔아 시위 진압 자금을 충당해왔다. 이번 제재는 정권의 ‘비밀 지갑’을 직접 털어버린 것이다.

■ 이라크를 통한 달러 봉쇄 (The Kill Shot)

더 치명적인 것은 ‘이라크 금융망 차단’이다. 미국은 이라크 새 내각에 친이란 성향 의원이 포함될 경우 “이라크의 미국 내 달러 계좌 접근을 차단하겠다”고 통보했다. 이라크를 통해 이란으로 흘러가던 우회 자금은 연간 약 10억 달러(약 1조 4천억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헤즈볼라 지원금과 정권 유지비로 쓰이던 이 혈관이 막히면 이란 경제는 말 그대로 마비된다.


4. 딜레마: 왜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는가?

막강한 군사력과 경제 제재 수단을 갖추고도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는 군사 개입에 대한 신중론이 만만치 않다. 로즈마리 켈라닉(Rosemary Kelanic, DEFP) 중동 프로그램 국장은 미국의 섣부른 개입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경고한다.

① “깃발 아래로 결집하라 (Rally-around-the-flag)”의 역설

국제 정치의 오랜 격언 중 하나는 “외부의 공격은 내부를 단결시킨다”는 것이다. 켈라닉은 “우리가 정권을 폭격한다면, 오히려 그들을 더 인기 있게 만들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시위대는 정권을 향해 분노하고 있지만, 미군의 폭탄이 이란 영토에 떨어지는 순간 그 분노의 화살이 ‘침략자 미국’으로 돌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가 의도한 ‘시위대 보호’가 아니라 시위대의 명분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② 불분명한 목표와 ‘제2의 리비아’ 우려

트럼프의 목표가 무엇인지 불분명하다는 점도 문제다. “시위대를 돕겠다”는 말은 과거 네오콘(Neocon) 식의 민주주의 전파론과 닮아 있지만,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는 모순된다. 또한 정권이 붕괴될 경우, 민주 정부가 들어서는 것이 아니라 리비아나 시리아처럼 끝없는 내전(Civil War)과 혼란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이는 미국에게 전략적 이익이 되지 않는다.

③ 미국의 ‘약한 고리’: 이라크와 시리아의 미군

이란이 경고한 ‘알우데이드 기지(카타르)’는 패트리어트 등 방어 체계가 튼튼하다. 하지만 진짜 약한 고리는 따로 있다. 현재 이라크에 주둔 중인 2,500명과 시리아의 1,000명 미군이다. 이들은 작은 전초기지(Outpost)에 흩어져 있어 미사일 방어 능력이 취약하다. 켈라닉은 “이란은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없지만, 이들 취약한 미군 기지를 타격해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5. 이란의 대응: 전술적 후퇴와 강경파의 반격

가. 명분을 뺏는 전술적 후퇴

하메네이는 영리했다. 1월 15일로 예정됐던 시위대 800여 명에 대한 공개 처형을 전격 취소함으로써 트럼프의 ‘레드라인(대량 학살)’을 넘지 않았다. 이를 통해 미국의 즉각적인 공습 명분을 제거하고, 정권 재정비를 위한 시간을 벌었다.

나. 강경파의 압박

그러나 내부 사정은 복잡하다. 지난여름(2025년 6월) 미군이 이란 핵 시설을 폭격했을 때, 이란은 카타르 알우데이드 기지에 대한 제한적 보복에 그쳤다. 이에 대해 이란 강경파들은 하메네이에게 “그때 더 강력하게 보복했어야 억지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만약 미국이 이번에 또다시 공격해온다면, 강경파들은 “이번에는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며 훨씬 더 과격한 대응을 최고지도자에게 주문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확전의 위험성을 기하급수적으로 높이는 요인이다.


6. 불안한 무승부, 그러나 끝이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 옵션은 이란의 ‘사형 집행 취소’라는 명분 하에 잠시 멈췄다. 치킨게임의 1라운드는 양측 모두 핸들을 꺾으며 불안한 무승부로 끝났다.

하지만 진짜 승부처는 이제 시작된 ‘돈줄 전쟁’이다. 미국이 이라크 내 친이란 세력을 축출하고 그림자 선단을 봉쇄하는 작전이 성공한다면, 자금난에 빠진 이란 정권은 내부 통제력을 상실하거나 국면 전환을 위해 더 위험한 도발(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을 감행할 수 있다. 여기에 “이번엔 참지 않겠다”는 이란 강경파의 목소리와, 이란의 혼란을 틈타 핵 시설을 타격하고 싶어 하는 이스라엘의 욕망이 겹친다면, 지금의 정적은 거대한 폭발 직전의 고요함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결론: 관리 모드인가, 폭발 직전인가? 미국은 방아쇠에서 손가락을 떼지 않았고, 이란은 미사일 버튼 위에 손을 올리고 있다. ‘치킨게임 2라운드’는 눈에 보이는 미사일이 아닌, 이란의 숨통을 죄는 금융 전쟁의 양상으로 이미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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