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최대 60조 원 규모의 캐나다 차기 잠수함 도입 사업을 두고 한국과 독일의 최종 수주전이 막을 올렸다. 캐나다의 자국 산업 부흥 요구와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 컨소시엄의 수주 전략과 향후 전망을 정밀 분석한다.
작성자: 국제외교팀 에디터
작성일: 2026년 2월 26일
1. 60조 원 규모의 해저 패권 경쟁과 양국의 제안
최대 60조 원에서 70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캐나다 해군의 차기 초계 잠수함 도입 사업이 최종 결선 라운드에 돌입했다. 이 사업은 캐나다 해군이 운용 중인 노후화된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전량 퇴역시키고, 태평양과 대서양은 물론 북극해까지 커버할 수 있는 최신형 잠수함 12척을 새롭게 도입하는 캐나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국방 조달 프로젝트다. 단순히 무기를 구매하는 것을 넘어 향후 수십 년간의 유지보수와 후속 군수지원까지 포함된 거대한 경제적 파급력을 지니고 있다. 이 메가 프로젝트를 두고 현재 한국의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컨소시엄, 그리고 독일의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가 치열한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한국 측 입찰을 주도하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평소 국내 방산 및 조선 시장에서 치열하게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경쟁자지만, 이번 대규모 해외 조달 사업에서는 국익 극대화를 위해 기꺼이 동반자로서 컨소시엄을 구성해 총력전에 나섰다. 이들이 제안하는 핵심 기종은 이미 한국 해군에서 실전 운용하며 그 성능이 세계적으로 검증된 3,600톤급 장영실함 모델이다. 반면 잠수함 건조의 전통적 강자인 독일은 노르웨이와 공동 개발 중인 212CD형 잠수함을 캐나다의 작전 요구 성능에 맞춘 확장형 모델로 제안하며 맞서고 있다.
2. 한국 컨소시엄의 필승 전략 – 적기 인도와 맞춤형 해양 작전 능력
한국 정부는 이번 수주를 성사시키기 위해 전례 없는 범정부 차원의 세일즈 외교를 펼치고 있다. 2026년 2월 25일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제2차 한국과 캐나다 외교 및 국방 장관회의에 참석한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조현 외교부 장관은 공동 기자회견을 자청하여 캐나다 언론을 향해 한국 잠수함의 비교우위를 적극적으로 알렸다. 이 자리에서 조현 외교부 장관이 내세운 한국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이른바 온타임 위딘 버짓, 즉 정해진 예산 내에서 약속한 시간 안에 잠수함을 차질 없이 인도할 수 있는 탁월한 조선 역량이다. 아직 설계 단계에 머물러 있는 독일 경쟁사와 달리, 한국은 이미 완성되어 작전 능력이 입증된 플랫폼을 갖추고 있어 초도함을 독일보다 최소 2년 먼저 인도할 수 있다는 점을 핵심 소구 포인트로 삼았다.
이에 더해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한국 잠수함이 지닌 작전 환경의 적합성을 역설했다. 한국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동해의 깊고 거친 수심부터 서해의 얕고 복잡한 수심까지 매우 다양한 해양 환경을 극복해야 한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 덕분에 한국 잠수함은 복합적인 해양 환경에서 작전할 수 있는 다목적 유연성을 갖추게 되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캐나다가 마주하고 있는 험난한 북극해 작전 환경에 가장 최적화된 무기 체계라는 논리다. 특히 최신 리튬이온 배터리와 공기불요추진체계를 탑재해 디젤 잠수함임에도 세계 최고 수준의 잠항 능력을 자랑한다는 점이 캐나다 군 당국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3. 독일의 방어 전략 – 나토 동맹의 이점과 파격적인 현지 건조 제안
이에 맞서는 독일은 오랜 기간 대서양 안보를 함께 고민하고 공유해 온 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이라는 강력한 지정학적 이점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전술 및 통신 체계의 완벽한 호환성과 오랜 기간 축적된 군사적 연대감을 무기로 캐나다 군 당국의 표심을 공략하는 중이다. 기술적 완성도 면에서도 스텔스 형상 설계와 고도의 센서 체계를 앞세워 차세대 해전에서의 생존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독일은 이번 수주전의 판을 흔들기 위해 12척의 잠수함 중 일부를 캐나다 현지 조선소에서 직접 건조할 수 있다는 매우 파격적인 제안을 던졌다. 비록 캐나다 정부 내부에서는 오랜 기간 잠수함을 건조해 본 경험과 인프라가 부족해 비용 상승과 납기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막대한 일자리 창출과 산업 부흥을 갈망하는 캐나다 정치권과 지역 노동계에는 이 제안이 대단히 매력적인 카드로 작용하며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4. 캐나다의 핵심 요구 – 단순한 무기 구매를 넘어선 절충교역의 극대화
캐나다 마크 카니 총리 정부의 국방 조달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무기의 성능 못지않게 산업 및 기술 혜택 정책, 이른바 절충교역을 얼마나 충실히 이행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는 해외에서 천문학적인 예산으로 무기를 구매하는 대가로, 판매국이 자국에 기술을 이전하거나 부품을 대규모로 구매해 경제적 이익을 고스란히 되돌려주도록 요구하는 제도다. 현재 캐나다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거센 보호무역주의와 관세 정책으로 인해 온타리오주를 비롯한 핵심 산업 지대의 자동차 및 철강 산업이 큰 타격을 입은 상태다. 따라서 입찰 참여국들에게 캐나다 경제를 견인할 실질적이고 즉각적인 투자 해법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캐나다의 절충교역 요구에 화답하듯 한국의 한화오션은 미국의 철강 관세로 어려움을 거듭 겪고 있는 캐나다 철강 기업 알고마 스틸에 약 3,700억 원을 직접 투자해 잠수함용 고장력 특수강 생산 설비를 새롭게 구축하는 양해각서를 신속히 체결했다. 또한 한국의 고위급 정부 대표단은 캐나다 자동차 산업의 체질 개선을 지원하기 위해 수소 연료전지 인프라 구축과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을 제안하는 등 방산을 넘어선 산업 전반의 협력 패키지를 내놓았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무리한 현지 건조를 약속하기보다는, 양쪽 해안을 아우르는 대규모 유지보수 시설 투자와 이종 산업 간의 유기적인 연계를 통해 2040년까지 20만 개의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현실적이고 탄탄한 청사진이다. 위기감을 느낀 독일 역시 밴쿠버의 시스팬 조선소와 유지보수 시설 건립 계약을 서둘러 맺고, 인공지능과 배터리 등 자동차 산업을 겨냥한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 패키지를 논의 중이라며 맞불을 놓고 있다.
5. 현시점 주요 동인 및 지정학적 전망
잠수함 수주전의 열기가 최고조에 달하는 가운데, 2026년 2월 25일 오타와에서 한국과 캐나다는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을 공식 체결했다. 흔히 지소미아로 불리는 이 협정은 국가 간 민감한 군사 및 방산 기밀을 안전하게 공유하고 보호하기 위한 필수적인 제도적 장치다. 방산 조달 입찰 참여의 직접적인 전제 조건은 아니지만, 이 협정 체결은 양국 간에 고도의 군사적 신뢰가 구축되었음을 대내외에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격화되고 국제 질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미국이라는 핵심 동맹을 공유하는 두 중견국이 안보와 국방 협력을 한층 강화하며 매우 우호적인 외교적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캐나다의 데이비드 맥귄티 국방장관과 아니타 아난드 외교장관은 이번 조달 사업이 어떠한 외부의 정치적 개입 없이 철저히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진행될 것임을 거듭 공언했다. 다가오는 3월 초 한국과 독일 양측의 최종 제안서가 캐나다 정부에 공식 접수되면 심층적인 평가를 거쳐 이르면 올해 6월 중 최종 사업자가 결정될 전망이다. 압도적인 적기 건조 능력과 상호 호혜적인 산업 투자 패키지를 내세운 한국이 나토 동맹의 프리미엄을 쥔 독일의 견제를 뚫고 캐나다 해양 수호의 핵심 파트너로 최종 낙점될 수 있을지 전 세계 방산업계와 경제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